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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멜로 서사, 스릴러, 감성과 긴장의 공존)

by 리쉬백히 2025. 8. 19.

탄금 포스터
탄금 출처:나무위키

2025년 종영한 사극 드라마 ‘탄금’은 단순한 시대극의 틀을 넘어서 멜로와 스릴러의 장르적 특성을 절묘하게 결합하며 시청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조선이라는 배경 아래 펼쳐지는 가족 간의 감정 갈등, 실종과 추적이라는 미스터리 요소, 그리고 인물들 사이의 심리전은 기존 사극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본 글에서는 ‘탄금’이 어떻게 멜로와 스릴러를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냈는지를 장르 구조와 캐릭터 서사를 통해 분석한다.

멜로 서사의 중심: 재이와 홍랑의 애틋함

‘탄금’의 중심에는 실종된 남동생 ‘홍랑’을 애타게 찾는 이복누이 ‘재이’의 서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남매가 아닌, 깊은 정서적 유대를 지닌 관계로, 각자의 상처와 비밀을 안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향한 강한 집착과 보호 본능을 보여준다. 이러한 감정선은 전통적인 사극 속 가족 관계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멜로 장르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는 ‘탄금’에서도 중요한 축이다. 특히 재이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홍랑에 대한 기억과 회상은 시청자로 하여금 감정 이입을 가능케 하며, 서사의 진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들의 관계는 명확한 로맨스라기보다 금기를 넘나드는 애틋함, 즉 멜로와 가족 서사의 경계에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감정선은 배우들의 연기에 의해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되었다. 조보아가 연기한 ‘재이’는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여성상을 보여주었고, 이재욱이 연기한 ‘홍랑’은 어린 시절의 상처와 귀환 후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시청자들은 이 두 인물의 관계에서 단순한 애정 서사가 아닌, 인간 내면의 깊은 상처와 갈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릴러적 긴장감: 실종과 추적, 진실의 단서

‘탄금’이 멜로에 머무르지 않고 스릴러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홍랑 실종 사건’이라는 큰 미스터리를 서사의 중심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홍랑이 왜, 어떻게 사라졌는지, 누가 이를 조작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하나씩 따라가는 전개는 전통 사극에서 보기 드문 서스펜스를 형성한다. 특히 이야기 초반부터 드러나는 수상한 인물들과 암시적인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추리 본능을 자극했고, 각 회차마다 제공되는 ‘단서’는 사건의 실체에 점차 다가가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사건의 해결이 아닌, 인물들의 내면 변화와 얽힌 진실까지 파고들기 때문에, 보다 심도 있는 서사가 가능했다. 김홍선 감독 특유의 미스터리 연출도 한몫했다. 어두운 조명과 클로즈업, 침묵이 강조된 사운드 디자인은 시청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종종 회상 장면과 현재 사건이 교차되는 연출 방식은 이야기의 다층적 구조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탄금’을 단순한 추리극이 아닌, 인물 중심 심리 스릴러로 확장시킨 연출 전략이다.

장르 결합의 균형감: 감성과 긴장의 공존

드라마 ‘탄금’의 가장 큰 미덕은 멜로와 스릴러라는 이질적인 두 장르를 단순히 병렬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유기적으로 융합해 냈다는 점이다. 극 중 멜로는 스릴러의 감정적 동기를 제공하고, 스릴러는 멜로에 긴장과 동력을 더하며 서로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재이가 홍랑을 찾아 헤매는 여정 자체가 멜로의 핵심이면서도 스릴러의 사건 전개이기도 하다. 또한 멜로 장르가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쳐 전개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스릴러 구성으로 극복했고, 반대로 스릴러가 줄 수 있는 피로감을 멜로의 감정선으로 완화시켰다. 이는 대중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잡기 위한 장르 설계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시청자 리뷰에서도 "감정선이 살아있어 몰입됐다", "사극에서 이렇게 스릴 넘치는 전개는 처음"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장르를 섞는 것이 아닌,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균형 있게 구성되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결론

‘탄금’은 멜로와 스릴러라는 상반된 장르를 조선 시대 배경 아래 성공적으로 녹여낸, 매우 독창적인 사극으로 평가받는다. 이야기의 중심에 감정과 진실을 동시에 놓고, 이를 인물 중심의 심리전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기존 사극의 틀을 과감히 벗어난 시도였다. 한국 드라마에서 멜로와 스릴러의 결합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지금, ‘탄금’은 그 경계에서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완결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