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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도 꽃이 핀다 (씨름, 캐릭터 케미, 종영 후기)

by 리쉬백히 2025. 8. 21.

모래에도 꽃이 핀다 포스터
출처: 나무위키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ENA에서 방영된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로맨틱 코미디와 스포츠(씨름)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의 작품입니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화려한 설정 없이도 깊은 감동을 전하며, ‘씨름’이라는 전통 스포츠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와 현실적인 캐릭터들의 케미는 종영 이후에도 꾸준한 입소문을 타며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씨름 소재의 신선함, 한국 드라마의 변주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흔히 볼 수 없는 소재인 ‘씨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주인공 김백두(장동윤 분)는 어린 시절 씨름계의 신동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슬럼프와 현실의 벽 앞에서 은퇴를 고민하던 인물입니다. 이때 등장하는 오유경(이주명 분)은 소꿉친구이자, 백두의 과거와 씨름의 연결 고리를 다시 묶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드라마에서 씨름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선수들 간의 갈등과 팀워크, 지역사회 속 전통 스포츠에 대한 태도, 그리고 씨름을 통해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특히 경기 장면에서는 실제 씨름 기술과 리듬감 있는 연출이 돋보이며, 한국 전통 스포츠의 매력을 실감 나게 담아냈습니다. 이는 스포츠 드라마로서의 몰입감뿐 아니라,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씨름을 단순한 경쟁이 아닌, 인생의 은유로 풀어낸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모래판’ 위에서의 싸움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며, 드라마는 이를 통해 자아 성찰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동안 외면받아 온 전통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되살리는 데 성공한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케미가 만든 드라마, 김백두와 오유경

드라마의 핵심 감정선은 김백두와 오유경의 관계에서 출발합니다. 두 사람은 어릴 적 친구였지만, 성인이 된 후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고,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섭니다. 과거의 미완성된 감정, 말하지 못한 상처,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가 얽혀 있어 더욱 현실적인 로맨스를 완성합니다. 특히 오유경은 단순한 여주인공이 아닌,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경찰 신분을 숨긴 채 씨름단에 접근한 이유부터, 팀의 문제 해결까지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김백두 역시 그녀와의 재회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씨름단 복귀와 함께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아갑니다. 드라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자극적인 삼각관계나 갈등 대신,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대화와 사건들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며, 그들만의 따뜻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두 인물 간의 케미는 마치 실제 친구 혹은 연인처럼 느껴질 만큼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종영후기: 아쉬움 속의 여운, 그리고 가능성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대중적인 기대치보다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입소문과 함께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1.4%로 시작한 시청률은 마지막 회차에 2.8%까지 도달하며 안정적인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이는 단기간에 반짝 인기를 얻기보다는, 정서적 공감과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시청자와 소통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총 12부작의 짧은 구성은 장점이자 단점이었습니다.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 장점이라면,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인물 서사와 관계의 깊이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씨름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감성적인 접근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종영 이후에도 계속 회자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ENA라는 케이블 채널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모래에도 꽃이 핀다>까지, ENA는 개성 있고 감성적인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해 냈습니다. 향후에도 이러한 방향성이 유지된다면, 더 많은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결론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선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전통 스포츠 씨름을 소재로 삼아 한국적인 감성과 현대 청춘의 이야기를 동시에 담아냈으며, 관계의 회복과 개인의 성장을 담백하게 그려냈습니다. 종영 이후에도 그 따뜻한 여운이 오래 남는 이유는, 드라마가 보여준 이야기의 진정성과 현실성 덕분일 것입니다. 진짜 이야기는 화려한 배경이 아니라, 모래 위에서도 충분히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보여주었습니다.